온이 아빠의 육아 시리즈.   "성적보다 능력으로 1인자가 되거라"

2019. 12. 15. 01:06For my kid

​"요샌 다들 늦게 결혼하니까."   "조카 사진을 메신저 프로필로 해두지 마라, 오해하게 한다니까?" 
너무 깜찍하고 영리해서 예뻐했던 조카가 지금은 여고생이다. 제법 공부도 잘하더니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는 늘 집에 늦게 오고, 집에 와서도 바로 잠들지는 못하는 것 같다. 
TV에서만 그러는 게 아니라 실제로 누구네 자녀가 어디에 들어갔다 라는 현수막을 보아왔다. 1등만 기억하는 사회 풍토에서 메달만 따도 어디냐?로 바뀌고 있는 건 좋은 징조긴 하다. 
나는 한 번도 그런 주인공이 되어보질 못했지만 감히 말할 수 있는 건, 성적 1등은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대입 전략 중 하나로, 농어촌 특별전형을 받기 위해 이사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1등은 분명 대단한 것인데 성적 1등은 목표는 될 수 있지만 좋은 지표가 되어주진 못한다. -물론 반 석차 보다 큰 학년 석차, 전국 석차 등 아주 큰 비교 그룹도 있지만- 성적은 내가 가진 능력을 골고루 발전시키기보다는 한 가지에 치우치거나 학업이 아닌 완전히 다른 것에 관심을 옮기게 해 학습 포기자를 만들 수 있다. 
간단히 정리 하자면, 스포츠 스타의 경우도 운동만 잘할게 아니라 외국어도 함께 해야 큰 물에서 놀 기회를 갖게 된다. 
좋은 학업 성적도 공부력 이라는 능력이긴 하지만, 그건 고유 능력이라기보다는 공통분모에 가깝다. 
물론 네 막내고모는 외국어 하나 만으로 모든 걸 이뤄냈다. 부정할 수 없는데, 이외수의 감성사전에는 "명예박사: 자신이 진짜 박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대학이나 학술단체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사람"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리고 박사의 경우도 한 가지 분야는 정확히 유식하나 다른 분야는 일반인보다 더 모른다.라고 해석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예외는 항상 있다. NASA 우주인들은 여러 분야의 박사인데다 포닥(Post Doctor) 박사 이후의 과정이 있어서 class가 다르다.) 

지식은 안타깝게도 휘발성 일 수 있다. 나이를 먹어가거나, 오랫동안 전혀 쓰지 않는 상황에서는 잊힐 수 있다. 
하지만 능력은 대게 몸이 기억하는 편이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집총각개 16개 동작'은 총이 주어지니 자연스럽게 이게 되네?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현역군인 보다 더 뛰어나게 총을 쏘거나 자신의 주특기를 발휘하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어느 영화에선가 대학의 청소부가 아주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라는 의미로 붙여진 수학식을 풀어내는 장면을 교수가 목격하고, 아직 젊은 그 청소부의 재능을 살리기 위해서 학업을 하기엔 힘든 환경과 다투게 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이 부분에서 수학에 대한 풀이는 지식이 아닌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재능은 후천적인 것들도 있지만, 상당수 선천적이라고 하는 편이다. 
부모로 너에게 전해진 재능이 무엇이 있는지 아직 모른다. 그리고 그 재능이 얼마나 값어치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재능 중에는 쉽게 드러나는 것과 아닌 것들이 있으니 노력해서 써보기 전까진 크게 재능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내 경우, 마이크를 통해 들리는 목소리가 나쁘지 않다. 성우는 마이크를 통하지 않고도 듣기 좋은 목소리이고, 대게 자신의 녹음된 목소리를 어색해 하지만 나는 좀 나은 편에 가깝고 자신 있게 써왔다. 네 엄마랑 결혼하기 전에 전화 데이트를 제법 했는데, 목소리가 좋지 않았으면 오래 만나지 못했을 거라고 하고, 엄마는 노래를 잘 부르니 네 재능 중 하나는 목소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 활용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써보길 바란다. - 성우, 성악, 아나운서, 책 낭독 BJ 등 - 찾아보면 흥미가 있는 부분이 있을 거다. 

말했듯 재능이 선천적인 것에 가깝다면. 능력은 선천이든 후천이든 가리지 않고 여전히 쓸 수 있는 기술이다. 
일정 이상 궤도에 올라와서 딱히 더 높여야 할 필요가 없다면 모를까 재능이 쓸만한 능력이 될 수 있게 노력해 주어야 한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시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눈 대신 청각, 듣는 훈련을 했다. 외국어라면 모를까 딱히 듣기를 훈련할 필요를 못 느낄 수 있지만 속독이 한 페이지를 몇 초 내에 읽어 내는 능력처럼, 속청은 훈련되지 않은 사람에겐 압축된 잡음처럼 들리지만 속청 능력이 되는 사람에는 일반 문장으로 들린다. 
해서 컴퓨터로 그날의 일기를 타이핑 하면서 필요한 시사 뉴스를 2배속 정도로 듣고 있었다. 멀티태스킹이 좋다 이런 주장이 아니라 잘 훈련된 능력은 자연스럽게 오감을 나눠서 쓰는 게 된 다는 거다. 

나의 다른 능력은 언어로, 적절한 단어의 선택 능력에 가까운 것 갈다. 일반적 한국인이 영어에 약한 건 문법 위주의 학습으로 진짜 외국인들과 자연스레 대화가 어렵다는 점인데, 나는 반대로 회화가 더 쉽다. 1년 6개월을 외국에서 선교사로 봉사한 네 엄마의 말에 의하면 적절한 단어 선택으로 쉬운 문장을 만든다는 분석이다. 한자는 약하지만 한글에서도 공문서나 형식을 갖춰 쓰는 문서들을 곧 잘 만들곤 했기에 그런가? 했던 능력이다. 물론 글 쓰기 훈련은 최대한 쉽고 간결하며 어감도 충실히 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어서 어렵게도, 쉽게도 쓸 수 있게 글쟁이로 훈련 중이다. 
변명이지만, 나는 옆으로 걷지만 너는 바로 걸어라 라는 부모 게의 말처럼 쓸만한 능력을 줘야 발전시키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능력에 있어서는 1+1은 2가 아니라서 발전하면 할수록 서로 연결되는 재능이 있으니 발전시키는 몫은 너 스스로에게 있다. 대신 나는 학생이 되어 주겠다. 공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남에게 주는 것이다. 

그러니 네가 익히고 배우고 쓰는 것을 소화시키기 위해서 나에게 전달해 주렴, 좋은 학생이 아닐 수록 속은 터지겠지만 더 쉽게 소화시키도록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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