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의 취향, 공간감

2021. 2. 22. 19:52Event & Review

HDMI, USB는 일상에서 흔히 접하게 되어서 이들에 버전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알고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같은 모양이니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연결 단자와 케이블에는 버전이라는 명확한 국제 표준이 있듯 음악 애호가에게는 또 다른 등급의 세계, '무산소 동선, 순금 케이블, 사람 키만한 억대의 스피커'가 있다. 

뭐 나는 그럴만한 귀도 아니고 장비병은 다른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음악생활의 끝판왕은 스피커가 아닌 소리가 부딪혀 귀에 들어오는 그 공간에 대한 이야기로 끝난다며 음악감상을 위해 집을 지은 사람들이 가끔 소개되기도 하다.

나에게 있어 음악 감상의 중요 포인트는 '공간감'이다.
그 시작은 중학생이던 어느 날 음악을 듣는데 "One, Two, Three, Four"라는 가사가 왼쪽 귀에서 One, Three 그리고 오른쪽 귀에서 Two,  Four가 느껴진 이후로 음악에서 남들이 모르고 지났쳤었을 뭔가의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에 빠졌다.
그렇게 귀를 망치는 방법에 입문하게 되었다. 즉, 남들이 모르고 지난 친 재미요소를 듣기 위해서 볼륨을 키우고 듣는 습관을 갖게 되었고, 탐색이 끝나면 새로운 노래를 찾아서 듣기 시작했다.

보통 한 곡을 2시간 이상 들으면 특이점이 있는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었고, 다행히도 음악은 인류의 역사와 같은 시작을 가지고 있을 터라 참 많은 장르와 음색을 가지고 있어, 변덕쟁이의 취향에 고갈로 인한 슬픔을 던져주진 않았다.


조금 특이했던 케이스는
오케스트라 수준은 아니지만 피아노가 포함된 관현악 연주에서 어느 현악기의 현이
브브북 하고  부드럽지 않게 걸리듯 현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은 어느 곡이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지만, 내게는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와 같은 수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줬다. 
다 놓쳤는데 나만 찾아냈어!!!

그다음엔  제3세계 음악을 접하고 바뀌었다.

왕페이 (王菲 | Wong Faye) 가수, 영화배우 
출생 1969년 8월 8일, 중국 
신체 174cm, 50kg 
데뷔 1990년 1집 앨범 [Shirley Wong]

출연작 
중경삼림(1994). 주연 
성월동화 2 - 연전충승(2000). 주연 
우소코이(2001). 주연 
천하 무쌍(2002). 주연 
2046(2004). 주연 
대성소사(2004). 주연 
전경지왕(2008). 주연 
우슈(2008). 조연

왕페이(王菲)의 하늘(天空; 천공)

중경삼림의 그녀, 왕비는 (많은 중국 가수들이 그러듯) 가수이자 영화배우로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OST를 자신이 부르는 기회를 가졌다.  많은 앨범을 가진 중견가수로 개인적으로는 내가 팬클럽 활동을 한 유일한 가수이기도 하다.
그녀는 파이널 판타지의 OST를 부르기도 했다. 애절한 노래와 여주인공 '리노아'로 상당한 조회수를 보유한 Eyes on me!!!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가 제일 선호하는 공간감은 영상에서 장면이 전환될 때 좁은 공간 ▶ 넓은 공간으로 바뀐 듯한 확장감이다.

무간도 Infernal Affairs 2002 (Audiophile Scene)

유튜브에서 해당 장면을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이 장면은 비운의 두 주인공이 마주치는 첫 장면으로 
케이블을 바꾼 것 만으로 처음 들을 때와 달리 더 넓고 부드러운 음색을 보여준다. 그들의 대사에서도 내가 원하는 '더 나은 음색' 목소리가 더 잘 들리는 구성을 이야기한다.
곡 정보 : Forgotten Time · Tsai Ching


Fallout 2 (HD) Intro - A Kiss To Build A Dream On - Louis Armstrong 

방사능 이후의 시대를 그려낸 게임 폴아웃 2의 인트로 영상으로 루이 암스트롱의 거친 듯 따듯한 음색이 잘 드러나는 곡이다.
화면에서 장소의 변화에 따른 음색을 그대로 반영해 두어서 공간감에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는 저음이 선호되는 취향이라고 하는데, 10년 전까지는 싫었다가 지금은 그것도 괜찮게 들린다.
나이가 들면 트로트가 좋아진다고 하는데 그 거려나?
하지만, 그래도! 각 Hz에 따라 들을 수 있는지 검사에서는 나이 때 보다 젊게 나왔노라고 우겨본다.

뭔가의 소소한 즐거움, 남들은 모를 것이다 라는 생각에 빠져서 계속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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