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 낡은 책

2019. 12. 15. 01:14

낡았다는 건 지어진 지 오래되었다는 조건과 함께 소중하게든 험하게든 쓰였다는 증거다.
때로 안 어울리는 조합; 빈곤해 보이는 사람이 입고 있는 고급 슈트, 부유해 보이는 사람이 소중히 다루는 낡은 물건. 들이 있다. 하지만 책은 외관의 상태와 무관하게 얼마나 많은 지혜를 나눠주었는가로만 나뉜다. 낡은 책은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혹은 많은 사람들에게 봉사하였다는 뜻이므로 명예의 전당에 모실만 하다.
단, 역설적으로 싫어하는 누군가의 책은 뜨거움을 견뎌내야 했던 냄비받침으로의 역할만 강요당하고 은퇴하기도 한다. 그 역시 보듬어주고픈 대상이다.

728x90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착함과 선함은 결국 다른 것  (0) 2019.12.15
[씀] 조금  (0) 2019.12.15
[씀] 미리  (0) 2019.12.15
[씀] 못하는 일  (0) 2019.12.15
[씀] 여기  (0) 2019.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