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15. 02:42ㆍ씀
유명 정치인이 선거를 앞두고 청소를 하거나 서민체험을 한다고 있는 그대로 믿어주는 사람은 없다.
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나와는 다른 높이, 다른 공간에서만 볼 수 있으리란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100개의 "참 잘했어요!" 도장을 모아도 한 개의 선함으로 교환할 순 없다.
도장을 받기 위한 100번의 노력 중에 사심이 없었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비로소 선하다 할 수 있으니까.
물론 100번이 아니라 50번의 착함도 대단한 일이다. 그 시간 동안 귀찮음과 그만둘까 하는 짜증냄이 없었다면 이미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선행이 몸에 밴 구도자 이므로.
돌려 말했지만 결국 착함과 선함은 같은 범주에 있을 뿐 그 수준에서는 결국 다른 것 이다.
세상으로 와 살면서 세상에 속하지 않기 위해서는 위의 깐깐한 기준으로 늘 자신을 경계하고 노력해야 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알아두었으면 하는 것과 생각보단 쉬울 수 도 있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먼저, 경계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어릴 적 들었던 "우리 아기 착하다, 옳지 착하다"의 착하다는 진짜 착함을 말하지 않는다.
알고 있다시피 아이는 스스로의 옳고 그름에 대한 정의가 없는 시기 이므로 동기 부여 또한 스스로 이끌어 낼 수가 없다. 부모는 자신의 의도하는 대로 행동하도록 아이를 달래 가며 웃음과 칭찬이라는 보상을 제공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 중에서 시험기간에 유독 불안감을 느끼고 진학 때마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칭찬을 여전히 스스로의 동기라고 여기는 경우일 수 있다.
참조 문구나 서적은 멋들어지게 아무개 논문이나 저서를 적었으면 좋겠지만, 뛰어난 영상매체가 풍부한 시대에 자연스레 편협한 탐독을 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며, 일본 애니메이션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의 여주인공의 경우를 예로 들어본다. 아침이면 자연스러운 영업 포즈를 연습하고, 남들보다 먼저 등교하는 습관과 열심히 하는 공부는 승리감을 위해서, 예체능 또한 빠뜨리지 않고 열심히 하는 주인공이, 모든 걸 갖춘 '진짜'를 마주치고 겪게 되는 혼란과 동경을 말이다.
둘째는 조바심과 불안감이다.
힘든 일은 항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저항이 따라온다. 육체노동은 보수를 원해서 하지 체력이 늘기 때문에 하는 건 아니니까.
조바심과 불안감의 뿌리는 같다. 지금 처한 상황의 불리함과 언제 끝날지 감이 오지 않는 경우에 발생하는 인내심의 고갈이다.
조금 더 체험적으로 말하자면
① 일이 힘들다
②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판단한다. 여전히 긍정적인가? 그만두는 게 나은 가?
③ 새로 발견되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 사인이 있는가?
④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판단한다. 여전히 긍정적인가? 그만 두는 게 나은 가?
⑤ 일이 매우 아주 많이 힘들다
⑥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판단한다. 여전히 긍정적인가? 그만 두는 게 나은 가?
⑦ 결단을 내려야 해
별개의 요소 같지만 이 두 가지를 섞으면 떠오르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만족지연 능력, 스탠퍼드 마시멜로 실험
4살짜리 어린아이가 유치원 놀이방에서 마시멜로, 쿠키, 프레첼 등이 가득 담긴 과자 쟁반을 내밀며 원하는 것을 1개 먹어보라고 한다.
그러고 나서 자신이 잠시 나갔다 올 동안 기다리면 "하나 더 주세요."를 외치는 어린아이에게 1+1로 주겠다고 약속한다. 못 참겠다면 벨을 눌러도 된다. 하지만 그때엔 1개밖엔 먹을 수 없단다. 잠깐이라고 했지만 4살 어린아이에게 20분이라고 꽤 힘든 시간일 것이다.
조금 빈약하겠지만 살면서 겪는 만족감과 조바심, 불안감 등은 위의 실험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쉬울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이미 자신의 기준이 마련되어 있고 때때로 미세하게 틈을 파고드는 유혹이 있겠지만, 마련된 기준으로 인해서 선택의 여지에 해당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자동으로 교통정리가 된다.
그러고 난 다음의 어려운 사항이 있을 때에 가서 판단의 잣대를 다시 가늠해 보기 때문이다. 이미 해왔고, 할 수 있으며, 선택을 하고 나서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판단이 된다.
마시멜로 시험을 다시 치르게 되면, "잠깐은 얼마의 시간인가요? 2개 말고 더 주실 수 없나요? 나는 원하는 게 다른데 그걸로 줄 수 있나요?"와 같은 목표나 보상에 대해 정확히 가늠하고 일찌감치 포기를 하던 계속하기로 하던 무언가 결정을 내린다. 그렇게 막연한 조바심을 벗겨내고 목표 성취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정하면 불안감도 녹여내게 된다. 그럼에도 해결되지 않은 요소가 남아 있다면 지금 겪고 있는 일들이 그간의 경험에서 가늠하거나 판단하기 애매한 쪽에 위치하기 때문일 꺼라 생각한다.
다시 착함과 선함으로 돌아와서
자신의 평소 행동에서 착함을 유지하는 건 기본이 잡혀 있는 사람에게는 어렵진 않을 것이다. 반면 선함은 가늠하기 애매하고 어려운 일에서도 자신의 의도를 유지하려는 것인데, 이 역시 우리가 해왔던 '긍정적인 생각'과 나에게 올 이득이나 고난은 일단 제외하고 뛰어들 수 있는 용기로 벗겨낼 수 있다.
'나'와 평온을 유지하는 것, 나 자신도 정답이랄 것을 가지지 못했고 아직 연습 중이지만.... 뭐, 일단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