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 글씨
연습하면 다 된다는 말은 믿지 않지만, 적어도 글씨만큼은 그렇게 된다. 안된다고 믿고 있었지만 밤잠 못 잘 때 TV의 대사를 옮겨 적는 연습으로 어느 정도 나아졌기 때문이다.문제는 교정된 어른의 글씨체와 고쳐지지 않은 유년기의 글씨체가 섞인 내 글씨체를 내보이기가 싫어서 별 내용도 없는 수첩이 비밀 일기장 수준의 보안을 유지하게 한다는 점.손 글씨를 위해서 시작한 만년필에 대한 선호가 이젠 주객전도의 수준이지만 분명 만년필은 즐거움을 갖고 있다. 조금만 집중을 잃으면 검정 땜통을 만들고 엉뚱한 단어에 굵은 강조 표시를 하게 되는 것과 글을 막 쓸 때와 마르고 난 다음의 색, 시간이 지나서 보게 될 때의 각각 다른 색상은 다른 필기구에서 볼 수 없는 즐거움이니까.이렇게 조금은 내 글씨에 애정을 갖게 되었다..
2019.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