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 글씨

2019. 12. 16. 01:22

연습하면 다 된다는 말은 믿지 않지만, 적어도 글씨만큼은 그렇게 된다.
안된다고 믿고 있었지만 밤잠 못 잘 때 TV의 대사를 옮겨 적는 연습으로 어느 정도 나아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교정된 어른의 글씨체와 고쳐지지 않은 유년기의 글씨체가 섞인 내 글씨체를 내보이기가 싫어서 별 내용도 없는 수첩이 비밀 일기장 수준의 보안을 유지하게 한다는 점.

손 글씨를 위해서 시작한 만년필에 대한 선호가 이젠 주객전도의 수준이지만 분명 만년필은 즐거움을 갖고 있다. 조금만 집중을 잃으면 검정 땜통을 만들고 엉뚱한 단어에 굵은 강조 표시를 하게 되는 것과 글을 막 쓸 때와 마르고 난 다음의 색, 시간이 지나서 보게 될 때의 각각 다른 색상은 다른 필기구에서 볼 수 없는 즐거움이니까.

이렇게 조금은 내 글씨에 애정을 갖게 되었다.
기승전 만년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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