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 애완견 이었던 '야 인마'에게

2024. 8. 14. 17:35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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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셋에 나, 형제만 넷에 부모님까지인 우리 식구는 내가 중학생 때 큰 집으로 이사했기 때문에 늘 복작복작 했고, 당연히 애완동물은 사치였다. 안 그래도 아이들이 많아 손이 많이 가는데, 애완동물 수발까지는 할 수 없노라고 우리 집 규칙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애완동물은 키울 수 없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말을 잘 듣는다면 아이이겠는가? 사실 내가 요주의 인물이었는데, 덩치 크거나 돌아다니는 애완동물은 눈치 보여 키울 수 없었으므로 작은, 아주 작은 시도를 했었다.
학교 앞 떠돌이 장수가 파는 병아리, 거북이, 금붕어 등등. 하지만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그들은 얼마 안 가 작별을 고했고, 미안한 마음과 충족되지 못한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 이사간 집에서, 그 녀석을 만났다. 전 주인이 데려가지 않은? 혹은 전 주인보다는 새 주인이 좋은 털 뭉치 개. 일명 "야 인마".
우리가 집을 사게 되면서 1층에 살던 가족은 2층으로 이사를 했다. 그렇게 주인은 이사하였건만 이 하얀 털 뭉치 녀석은 2층으로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여전히 1층을 차지하면서 그저 좋다고 꼬리치며 따라다녔다. 미용이라고는 받아 본적이 없는 듯 수북한 털을 하고 반겨주는데 무어라 불러야 할지 이름을 모르는 채 며칠이 지나간 후 불렀던 호칭 "야 인마"
녀석은 바뀐 주인일 텐데도 그저 좋다고 했고, 밥을 챙겨주시는 엄마를 무지무지 따라다녔는데, 시골 출신인 어머니는 (외양이 애완견 일지라도) 개는 개고 여기저기 싸질러 놓고, 그걸 밟은 데다가 목욕하지 않은 녀석을 그다지 반기지 않으셨다. - 그래도 눈이 보이지 않는 게 답답해 보이셨는지 눈썹은 다듬어 주셨다.

야 인마는 그렇게 갑자기 등장한 첫 애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되는 과정을 제대로 돌입하지 못하고 어중간하게 1층과 2층 사이의 애매한 거주민으로 지내다가 어느 날 그렇게 돌연 사라졌다. 분명한 건 그 후 마당에 심어진 나무의 열매를 먹으러 온 새들이 좀 시끄럽게 등장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그 후 독립하면 고양이를 키워야지 하는 욕심이 생긴 건, 일명 묘연이 있고 나서이다.
어느 날 늦은 저녁 퇴근길에 길 가운데 웅크린 털 뭉치가 고양이인 걸 알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사이, 녀석은 천천히 걸어와 내게 머리를 대고 비비며 빙빙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손길도 허락해 주었다. 그때 당시엔 편의점에서 애완동물 간식을 팔기 전이었고, 사람이 먹는 우유나 참치통조림도 적합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아무것도 베풀지 못하고 헤어져야 했고, 그 후로 볼 수 없었다. 그렇게 고양이는 단 한 번의 몸짓으로 유혹을 남기고 멀어졌는데, TNR(Trap-Neuter-Return)을 알고 나선 한동안 가방 안에 고양이를 유혹하기 위한 먹이를 가지고 다니게 되었다. 아마 내가 쭉 독신으로 남았다면 고양이를 키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나날이 변화무쌍한 아들의 하루하루를 보는 것만으로도 고양이 재주를 보는 것처럼 신기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애완동물과의 인연은 쉽게 맺을 건 아니지만 그들의 충실함과 사랑은 작은 몸짓 하나로도 충분히 보상받을 가치가 있다. 아들에게 내리사랑이 당연하겠지만 언젠가 타인에게 주는 사랑도 받는 사랑도 알게 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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